
그래서 메인에 표시된 링크를 통해 들어간 그의 미니홈피에서 난 흠칫 놀라고야 말았다.
엄홍식(유아인)이랑 나랑 사촌이라고??!! 싸이가 인공지능인가?
같은 성씨끼리 촌수 계산하는 것도 있나? 그렇다고쳐도 쟤랑 나랑 사촌지간은 아닐건데??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결론은 모르는 사람들은 죄다 사촌으로 표시하는 거였다.
허탈 ㅎㅎㅎㅎ 모냐 싸이월드 사람 낚지 마랏!!!!!
배우 유아인. 본명 엄홍식. 그를 나는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보았다.
아니, 어디선가 봤겠지. 결혼못하는남자에서도 봤을거고, 장나라의 부친과의 잡음 때문에
사과문을 올린걸 기사에서 읽기도 했었지. 누군지 몰랐고, 알 필요 없었고, 관심이 없었다.
연기도 주의 깊게 본 적이 없고, 생긴 것 또한 내 취향은 아니었으니까.
고백하건데 나는 예쁘게 생긴걸 좋아한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물건이든,
건물이든, 자연이든, 뭐든. 어차피 소유할 수 없는, 두고 보는 것들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게 좋지 않나.
그런데 나, 무슨 고정관념이나 편견 같은게 있었나보다.
나보다 어리고, 화려한 연예인들은 마냥 가볍기만 할거라는 그런 편견.
미니홈피의 게시판을 읽어내려가다가 맹렬한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내가 질투와 또한 애정을 동시에 느끼는 대상은 딱 하나.
글을 예리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을 보았을 때다.
미사여구를 화려하게 쓰는 글들은 많이 있다. 정확하고 세련된 글들도 많이 있다.
그런 글들에게는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그냥 잘 쓰네 하고 만다.
그런데 그보다 투박해도, 그보다 진부해도, 이상하게 사람을 질투하게 하는 글이 있다.
모조리 흡수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표현들과 단어와 매혹적인 느낌들이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유아인의 글들이 그러했다.
진보는 기득권을 잡아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로 변질되고, 보수는 유권자를 통제하기 위해 공포와 절망의 정치를 펼친다. 기성은 삶의 풍파에 침식 되고 질서의 편의에 중독 되었다. 강남이 보수의 손을 들고, 대학생들이 진보의 손을 드는 것운 매우 쉽고 단순한 일이다. 이명박은 '경제 대통령'이란 타이틀로 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권좌에 올랐다. 현실은 어떠한가. 부자는 현실 유지를 원하고, 불만 가득한 서민이나 학생들은 발전 지향적인 변화를 원한다. 변화는 기득권에 의해 억압받고, 보수당은 잃어버린 10년이란 어처구니 없는 구호로 변화의 불씨를 꺼트렸다.
이것은 정치얘기가 아니다. 좌, 우 가르기는 더욱 더 아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고, 어쭙잖은 선동도 아니다. 이것은 젊은이들이 기성에게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근본적 목적과 그 실체다. 무력감에 전염되지 말아야 할 이유이고, 공포에 뒷걸음질 치지 말아야할 이유이며, 현실과 타협하지 말아야할 이유다.
청춘이란 말은 불온과 불안을 상징하고 변화를 원하는,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든 한때의 치기어린 젊음들로 폄훼되기에 이르렀다. 불온한것은, 불안하며 심지어 불순한것은 부조리한 사회의 질서이고 그것을 유지하려 젊음을 매도하고 억압하는 기성의 폐단이다. 우리 다음의 '어린것들'에게 우리는 무엇으로 불려 마땅한가. 청춘의 모가지, 그냥 내어줄 수는 없지 않나.
이 아이가 스무살즈음부터 쓴 글을 차곡차곡 거슬러 읽어가면서 또 누구나가 그러하듯이 반복되는 비슷한 문장들과 비슷한 고민들로 사실 모든 글들이 예기롭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또한 삶을 향유하면서 살았는지를 읽어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글이 얼마나 날카롭게 다듬어졌는지를. 고통스러웠을텐데. 또한 고통스러울건데. 그만한 자기집중이 주는게 그런건데.
문득, 미친듯이 제대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아니, 시가 쓰고 싶어졌다.
어쩌면 쓰는 법을 다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시인의 감성 따위, 다 말라버렸을지도 모른다.
나를 지도하던 문학선생님이나 국어선생님은 내게 시보다는 산문을 더 권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도 나는 시가 좋았다. 내게 시인의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래도 좋았었다.
우와, 씨. 나보다 어린 남자 연예인에게 이렇게 뒷통수 후려쳐지는 느낌을 받을 줄이야.
그래, 엄사촌. 일단 그대는 드라마 잘 끝내시고,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하시게.
이 가짜 사촌 누나가 응원해 주겠네. 그대 글들도 몰래몰래 가서 좀 훔쳐 보겠네.
트위터에도 리플도 쓰고 리트윗도 종종하겠네. 좋은 글 앞으로도 써 주시게나.


덧글
2010/10/21 20:0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또한 매사 글에 관해 항상 생각한다고. 그냥 일상을 끄적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글" 또는 "시"를 쓰려고 항상 노력해 온 것 같아요.
천상 예술가적 기질은 타고나는 건가봐요.
등 따숩고 배부르다고 고민 적게 살아온건 아닌지 조금 반성했달까요 ㅎㅎ
당고님 고양이 참이, 콧등의 무늬가 인상 깊던걸요? ㅎㅎ
우리 코지는 3년전쯤 외갓집에 데려다 놨는데 집을 나가버렸어요 ㅠ_ㅠ 흑흑..